“ADHD가 아닌척하기 위해 최대한 저를 감추는 것이 제 유일한 생존방법이예요.”
어떤 사람들은 ADHD로 인한 증상들을 절대 드러내거나 들켜서는 안되는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모든 상황을 신경쓰고, 통제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도 하죠.
“남들에게 간단한 일이지만 저는 남들보다 10배는 더 열심히 해야 따라갈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제가 무능력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진짜 모습이 탄로날까봐 불안해요"
이렇게 나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언제나 남몰래 120%의 에너지를 쓰다 보면 정서적, 육체적 소진이 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낼 수 없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불안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죠. ADHD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어린시절에 어머니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어요.
“너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아이야. 뭐 하나 야무지게 하지를 못해서 어쩌니"
이 문장은 제 취약성을 건드리는 아킬레스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야무지게 일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신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 “잘 모르니 도와주세요” “다시 말씀해주세요"라는 말을 하면 야무지지 못하고 무능한 직원이 되는 것 같아 혼자 해결하려고 밤늦게까지 몰래 사무실에서 끙끙대던 숱한 밤들이 떠오릅니다. 지금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ADHD 마스킹은 종종 자신이 부적절하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마치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을 기만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저는 일하면서 적정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종종 할 수 없는 것까지 하겠다고 일을 떠맡으면서까지 인정 받으려고 노력해요. 생각해보면 제가 얼마나 무능한지 들키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 같아요"
이런 비현실적인 기대는 자존감을 오히려 낮추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매일 불안할 뿐 아니라 당당하게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마저 그저 운이라고 여기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고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