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거리에 상관없이 딱 10분만!
1시간 달리기를 완료해야지! 5km를 뛰어야지!라는 마음은 오래 가지 못하고 실패로 끝이 납니다. 저는 시작하는 것보다 끝맺는 것이 더 어려운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달리기의 속도나 거리는 상관없이, ‘딱 10분만 걷지 말고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10분은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물론 막상 달리기 시작하고 10분이 지나면 ‘조금 더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주로 30분~40분을 달립니다. 어떤 날은 정말 10분만 뛰고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여전히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으니까요.
전속력 대신 70%의 심박수만!
전속력으로 달릴 때 심장이 타는 느낌은 여전히 불쾌한 경험입니다. 어차피 기록을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 호흡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뛰고 있습니다. 숨이 차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데, 이럴 때 다시 코로 호흡이 편해지도록 속도를 줄입니다.
음악은 가사가 없는 잔잔한 비트로
예전에는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강한 비트의 음악을 들었지만 이지 러닝(Easy Running)을 추구하는 제게는 빠른 비트는 맞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팟캐스트도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호흡도 꼬여서 이제는 듣지 않습니다. 처음 1km 정도는 음악 없이 제 호흡에만 집중하면서 뛰다가 그 다음부터는 천천히 뛰기 좋은 템포의 음악을 듣습니다.
달리기를 통해 그날의 컨디션 확인하기
달리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같은 속도와 거리를 뛰어도 제 몸이 경험하는 느낌이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월경주기에 따라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데, 요즘은 생리 전 황체기라 그런지 쉽게 지치고 다리를 들 때 더 무겁다는 느낌이 듭니다.
참고로,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상승하는 황체기에는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면서 근육의 반응성과 지구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반대로 생리가 끝난 난포기는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서 체력과 에너지가 향상되고 근육 회복이 촉진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몸이 훨씬 가볍고, 러닝 후에도 덜 피곤한 걸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읽고 있는 책인 ‘달리기를 말할 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한 구절을 소개할까합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에서 산 책인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에세이입니다. 자기 전 이 책을 읽으면 그 다음날 뛰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얼마만큼, 어디까지 나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을 것인가? 얼만큼의 휴양이 정당하다고 어디서부터가 지나친 휴식이 되는가? 어디까지가 타당한 일관성이고 어디서부터가 편협함이 되는가? 얼마만큼 외부의 풍경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얼마만큼 내부에 깊이 집중하면 좋은가? 얼마만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얼마만큼 자신을 의심하면 좋은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잠시 ‘적당함’에 대한 고찰을 했습니다. ADHD가 있으면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참 힘들어요. 나를 너무 몰아붙이다가 방전되거나, 지나치게 해야할 일을 미루고, 지나치게 편협한 생각 때문에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하죠. 때로는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지나치게 자신의 역량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가 지나친 것이고 부족한것인가에 대해 기준을 만들고 그 선을 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요즘 달리면서 오늘 나에게 적당한 속도, 거리, 시간은 어느정도인가를 미리 생각해보고 막상 뛰면서 생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확인한답니다. 그렇게 적당함을 몸으로 익히는 연습을 해봅니다.
그나저나 오늘도 적당한 선에서 글을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자정을 넘겨버렸네요^^; 다음주에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너무 늦지 않게 소식을 전해보겠습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