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ADHD 전문 코칭상담사 마인드리프의 허새롬입니다.
어제는 올해 다섯 번째 웨비나를 진행한 날이었습니다.
주제는 'ADHD를 위한 루틴 만들기'였는데요. 오늘은 웨비나 내용의 일부를 정리해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30대 직장인 여성이 유튜브에서 '내 인생을 바꾼 모닝루틴'이라는 영상을 보게 됩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면 하루가 달라질 거야!'라는 생각에 들떠 모닝 루틴을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오전 6시에 기상해서, 간단한 스트레칭 5분, 명상 5분, 감정일기 10분, 독서 10분하고 아침 식사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계획을 세웁니다.
"다해서 30분 밖에 안걸리잖아? 이번엔 진짜 해낼 거야!"
첫날 아침에는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어나 계획한 루틴을 착실히 해내고, 보람찬 하루를 보냅니다. "나도 드디어 성공했어!"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3일째 되던 날, 회식이 잡혀서 평소보다 늦게 잠에 듭니다. 아침에 피곤함에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겠지 하며 다시 눈을 감습니다. 결과는 30분 모닝 루틴은 커녕 아침식사도 못하고 지각입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 뻔하죠? 네 맞아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면서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루틴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계속 사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두엽이 할 수 있다고 저를 설득해놓고 막상 실행을 해야 하는 순간에 먹튀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루틴 만들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 있습니다.
- 의사결정의 피로도를 낮춰줍니다. 반복적인 활동은 자연스럽게 행동을 자동화하고, 매번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지 않게 만들어 전두엽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 루틴을 통해 뇌가 자연스럽게 하루의 흐름을 인지하고 시간 감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해진 시간에 같은 일을 하면 기저핵과 소뇌가 이 활동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면서 점차 자동화하여 안정적인 일과를 유지할 수 있게 돕습니다.
- 일관된 루틴을 통해 뇌가 점차 익숙해지고 안정감을 느끼며, 점진적으로 계획성과 목표 지향적인 삶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경험을 통해 자율성과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웨비나에서 소개하 나에게 맞는 루틴 만들기 전략 5가지 중에서 2가지를 소개합니다.
‘실패한 루틴’에 이미 답이 있다.
“해봤는데 안되더라고요”
“왜 잘 안됐을까요?”
“그냥 어쩌다보니 한 두번 안하기 시작하면서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끈기가 없어서 그렇죠 뭐”
루틴에 대해 코칭 고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 대부분 루틴에 실패하는 이유를 섣불리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정확한 이유 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패한 루틴 속에서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한 패턴을 알아차리는 시도는 해보셨나요?
그 루틴이 나에게 왜 맞지 않았는지, 어떤 방해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어떤 환경에서 루틴을 잘 지키거나 잘 지키지 않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단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실패한 루틴은 목적이 명확하지 않거나 동기와 맞닿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모닝루틴에 꽤 오랫동안 집착을 해왔어요. 미라클모닝, 독서, 스터디, 요가, 수영, 헬스 등 좋다는 루틴들을 다양하게 시도 해봤지만 매번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어떤 루틴을 해볼까’를 정하기 전에 스스로의 패턴을 살펴보니 2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1. 아침에 각성이 잘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생각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맞지 않는 다는 것
2. 루틴을 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보다 루틴 자체를 실행하면서 즐거워야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아마도 저와 비슷한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접근으로 루틴을 만들어볼까요?
성취감보다 기분 좋아지는 루틴 찾기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읽다가 시선이 멈춘 문장이 있습니다.
‘별로인 나를 데리고 별로인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정말 별로인데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어서 늘 헝크러진 마음으로 걸어다니는 것 같았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오랫동안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서 스스로를 별로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자신을 데리고 억지로 효율성을 쫓아가다가 결국 별로인 하루를 보낸 날은 정말 기분이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루틴만 만들려고 할까요?
경험으로 비춰보건데 ‘성취감’을 목표로 만든 루틴은 매번 실패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특히 ADHD가 있다면 더욱 그렇죠.
저는 성취감이 모닝루틴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신 아침에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는 중요하다는 것은 몸소 경험하고 있어요.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많은 행동들과 선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닝 루틴을 만들기 전에 오전에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지 생각해봤습니다.
어느 날은 고요하게, 어느 날은 활기차게, 어느 날은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루틴의 방법보다 감정을 우선으로 두니 꼭 매일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전날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싶은지 정하고 그에 맞는 루틴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차분한 아침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음악과 좋아하는 향초나 인센스를 키고 허브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활기찬 아침을 위해서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청소기를 돌리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집중이 필요한 아침에는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죠.
설렘을 느끼고 싶은 아침에는 모닝커피클럽 커뮤니티에 참석합니다.
이렇게 감정별 루틴을 만들어 놓으니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하며 지루해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아침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웨비나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실천하고 있는 루틴 중 좋아하지 않는 루틴이 없습니다. 그리고 모두 루틴을 끝마친 결과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실행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 그리고 루틴이 나에게 맞지 않거나 지루해지면 실패의 증거가 아닌
변화의 신호라고 여깁니다.
오늘 글을 통해 루틴에 대해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라며 올해가 가기 전에 여러분만의 색다른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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